'한국 자본주의' 장하성 저.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
2014년 가장 뜨거웠던 책은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입니다. 서점에가서 몇 번 들춰봤지만, 다 읽을 자신이 없어서 구입은 못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21세기 자본'과 '한국 자본주의' 두 권을 들춰보다가 '한국 자본주의'를 구입했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본 '한국 자본주의'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보고 책을 직접 읽고 저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자본주의'를 구입해서 읽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체제가 자본주의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일그러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점에서 쓴 '21세기 자본'는 교과서 읽는것처럼 읽고 끝이었을지 모르지만, '한국 자본주의'는 읽은 후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궁금한 부분을 질문도 했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확연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한국 자본주의 독파하기'라는 함께 읽기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데, 첫날 참석하고는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되었습니다. 저자인 장하성 교수는 책에서 경제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결론도 그렇고 저자 강연회에서도 '결국 정치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책 내용 자체는 주로 경제적인 얘기를 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분야에서 다루는 주요 쟁점들은 결국 정치철학적인 문제였는데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읽기만 했으니 자꾸 명확하지 않았던겁니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주의가 지속되면서 부의 편중이 생기기 때문에 재분배를 해야한다고 말했는데, 장하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애초에 분배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에 재분배 얘기하기전에 '정의로운 분배'를 먼저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쉽게 말하면 부자들꺼 조금 떼서 나눠주자가 아니라 애초에 부자들이 자기 몫이 아닌 것까지 챙겨가고 있다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부자가 아니라 기업 혹은 재벌이라고 해야겠죠?
책은 제법 두껍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것과 별개로 지금 한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책 한 권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한국 자본주의'만한 책도 없을듯합니다. 책이 두꺼운만큼 중간중간에 수치나 표를 들어서 주장을 뒷받침하는 부분이 많은데 머리아프다면 그런 부분들을 가볍게 건너뛰면서 읽어도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래도 어렵다면 459쪽부터 나오는 '한마을 이야기'라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출판사에서 소책자로 만들어서 많이 배부하기도 했던 부분인데 우리 경제 상황을 한마을의 이야기로 만들어서 재미있게 풀어놓았습니다.
저자인 장하성 교수는 소액주주 운동같은 경제민주화 운동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분입니다. 많은 활동을 했지만 직접 책을 펴내신 것은 '한국 자본주의'가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한국 자본주의'를 다 펴고 독자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나니 '한국 자본주의'에서 발견된 미흡한 부분을 채워줄 또다른 책을 펴낼 필요를 느끼셨답니다. 과연 장하성 교수는 다음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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