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생각

Posted by 쪽빛아람
2015. 11. 8. 23:49 2015/Food & Travel

스타킹에 출연하는 바람에 너무 사람이 많이 몰려서 반년째 갈 엄두도 못내고 있는 파주 은하장의 간짜장


 초등학교[각주:1] 다니던 시절 집이 있던 임대아파트에서 한 블럭정도 떨어진 큰 길[각주:2] 건너편 모서리에 위치한 중국집 생각을 가끔 합니다. 중국집이 있던 상가 옆 아파트에 살던 친구 집에 놀러갔다 올 때면 골목쪽으로 난 창을 열어두고 주방장이 수타로 면을 뽑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탕탕 소리를 내면서 면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나봅니다.  처음에는 수많은 면가닥을 손으로 만드는건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다가, 반으로 접어갈 때마다 면가닥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깨닫고는 순식간에 면의 숫자가 늘어난다는걸 신기해했었습니다.


 예전에는 면을 뽑는 기계가 비싸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수타를 할 줄 아는 사람만 중국집을 했기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중국집에서 수타면을 쓴다는게 딱히 신기할 게 없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각주:3]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요즘은 수타로 면을 뽑으면 그 자체로 그 식당의 특징이 될 수 있는 시절입니다. 면을 뽑는 기계가 많이 공급된 탓인지 아니면 수타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요인들보다는 수타로 면을 뽑아서 짜장면이나 짬뽕을 만들어서 팔아도 경제적으로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아졌다는게 본질적인 원인일 것입니다.


 어린시절 수타면을 뽑는걸 구경했던 중국집에서 식사한 기억도 없고, 어린 시절에는 가난해서 집에서 중국음식을 시켜먹는다는건 상상도 못했었기에 너무도 신기했던 수타면의 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제 기억속에 수타로 뽑은 면의 기준이 되는 식당은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던 평택 오성면의 길가에 있는 중국집입니다. 오성면 사무소에서 안중쪽으로 1키로정도 가다보면 오른쪽에 있는 북경이라는 중국집이었는데, 이 식당이 수타로 면을 뽑았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의사선생님께서 소개해주셔서 처음 가본 이후로 동네에서 가장 많이 들린 식당이었습니다. 처음 들렀을 때 소개해주셨던 선생님이 맛있다면서 시켜주신 음식이 쟁반짜장이었는데, 절반은 짜장과 함께 볶아진 면이 나머지 절반은 매콤한 소스와 함께 볶은 면이 쟁반 가득 나왔습니다. 다른 요리들도 양이 푸짐하고 다 맛있었는데, 딱히 짜장면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던 시절이라 쟁반짜장 말고 일반 짜장면을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공중보건의르 마친 이후에 평택 근처를 지날 때마다 짬뽕으로 유명한 식당들을 몇 번 들렀지만 국물은 몰라도 면발은 북경을 따라가는 집이 없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좀 떨어져있는터라 그 이후로 한 번도 못가봤는데 조만간 다시 들러봐야겠다 싶습니다.


 보통 중국집에선 짜장면을 시키면 미리 끓여놨던 짜장소스를 삶아진 면 위에 올려서 나오는걸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볶은 짜장을 맛보고 싶을 때는 간짜장을 시킵니다. [각주:4]탕이나 국처럼 대량을 조리하는게 더 맛있기 때문에 대량을 조리하는 요리라면 굳이 따로 조리하는걸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편의를 위해서 대량으로 조리되어있던 짜장이 올려진다는걸 알면서 굳이 짜장면을 먹을 이유는 없기에 새로운 식당에서 짜장면을 먹을 때는 간짜장을 시키곤 합니다. 제게 춘장과 함께 볶아져서 나온 간짜장의 기준이 되는 음식은 본가에 갔을 때 방문했었던 진해의 원해루였습니다. 함께 시켰던 다른 요리메뉴가 엄청 뛰어났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간짜장만은 훌륭했습니다. 제가 창원에 계속 살고있었다면 진해에서 가깝지 않은 동네에 살았어도 1년에 몇 번씩 생각나서 찾아갔을텐데 가끔 본가에 내려가도 창원에 있는게 아니라 방문한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3일 째 비가 내리는데 난데없이 짜장면 생각이 난 것은 최근에 페이스북에 간간이 보이는 맛집소개하는 사이트(어플도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의 글을 페치들이 '좋아요' 누른 바람에 봤기 때문입니다. 글의 제목은 분명히 '짜장면 맛집 TOP 5'였는데 하나하나 소개글에 들어가보면 정작 짜장면 얘기는 없었습니다. 짜장면 얘기가 있는 식당도 짜장면의 면발에 대한 얘기나 짜장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었구요. 짜장면 말고 다른 요리나 짬뽕 얘기를 주로 했거나, 짜장면 얘기를 했다해도 우리가 많이 먹는 짜장이나 간짜장이 아닌 특이한 짜장면에 대한 글들만 있더군요. 온 국민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라는 '짬뽕? 짜장면?'이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짜장면을 고르는 입장에서 짜장면 맛집이라고 소개된 글에도 정작 짜장면 얘기가 없는게 너무 서운해서 오히려 짜장면 생각이 났습니다. 내일 점심은 중식 배달이라도 시켜먹어야겠습니다.




  1. 제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습니다. [본문으로]
  2. 어린 시절에야 중앙선이 그어져있으니 큰길이었지만, 편도 1차선 길이었습니다. [본문으로]
  3. 제가 어릴 때 일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에는 제대로 중국음식을 먹어본 기억도 없기에 저는 듣기만 한 일입니다. [본문으로]
  4. 물론 간짜장은 춘장 이외에 들어가는 재료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히 새로 볶아져서 나오는 짜장 소스로만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