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혹은 SNS)은 사용자의 생각을 넓혀주는가

Posted by 쪽빛아람
2017. 5. 17. 12:26 2017/Life


 두어해 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생각이 넓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좁아진다는 글을 봤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든 글이었는데,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글을 읽을 때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글을 선택해서 읽기 때문에 인터넷을 많이 사용할 수록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 굳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는 오히려 평소에 제가 알지 못하는 분야를 알게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어서였는데, 오히려 자신의 생각이 굳어진다는 기사가 충격적이었습니다.[각주:1] 그 때 본 글이 페이스북에서 저와 생각이 같지 않은 분들이라도 배울게 있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팔로우하고 되도록 글을 보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5/06/30 - [2015/Life] - 페이스북을 떠나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


 사실 인터넷만 그런건 아닙니다. 다른 미디어에 대해서도 대부분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미디어를 선택하게되고 그러다보면 결국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쪽보다는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 굳어지기 쉬울터입니다. 3년 전 뉴스페퍼민트에 소개된  '[newspeppermint]미국인들의 정치성향별 선호 미디어 매체'를 보면 성향별로 선호하는 미디어 경향이 있고, 그런 선호도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시선과 자신의 생각이 어느정도 비슷한지와 연관되어보입니다.


 이런 뉴스미디어 혹은 인터넷상에서 접하는 정보 선택에 대한 경향성이 두드러지면서 인터넷을 통해서 개인이 접하는 여론과 실제 전체 사회의 여론 사이에 거리가 생기는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2012년에는 문재인을 지지한 측에서 그런 거리감으로 인한 충격을 받았고,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던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중앙일보]끼리끼리 메아리만…인터넷 여론, 대선 풍향계 못된 이유


 성향의 차이가 뚜렷한만큼 다른 매체를 접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인쇄매체와 달리 손쉽게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서까지 생각이 다양해지지 못하고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 뚜렷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초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목적이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합당한 생각으로 나아가려함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글들을 읽기 위해서 인터넷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면에는 애초에 활용하는 인터넷 매체가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없는 구조가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위에 링크된 중앙일보 기사에도 나와있지만, 일반 인터넷이나 SNS와 달리 폐쇄성을 지니고 있는 카카오톡의 경우에는 애초에 생각의 다양성을 구하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기사에서도 인터넷을 광장이라고 표현하면서 카카오톡은 보이지 않는 골목길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나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추이 및 이용행태 분석'을 보면 2014-2015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한 SNS 중 가장 비중이 큰 매체는 카카오스토리입니다. 연령별로 확인을 해봐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카카오스토리의 비중이 커집니다. 카카오스토리를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을테고, 고령층일수록 다른 SNS를 사용하는 빈도가 떨어지는걸 감안하면 연령별로 SNS에서 받는 영향이 차이가 날꺼라는것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추이 및 이용행태 분석.pdf



 이번 대선 직전에 본가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정치와 관련된 사실들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너는 너무 쓸데없는걸 많이 알아서 탈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게 사실이긴 하지만, 일부러 다양한 분야와 생각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는 면도 있습니다. 정작 그런 말씀을 하신 어머니는 대선에서 누구를 결정할지에 있어서 제가 볼 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으셨고, 폐쇄적인 SNS를 통해서 들으셨을 몇몇 정보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셨습니다. 구조적으로 그런 SNS에 많이 노출되시는 분들이야 그렇다해도, 얼마든지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선택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고착화하고있는건 아닐지 저부터 돌아봐야겠습니다.




  1. 애석하게도 해당 글을 저장해놓지도 않았고, 다시 찾지도 못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