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완전함 삶] 결핍이 아닌 선택
아이 없는 완전한 삶
- 엘런 L. 워커 지음 ,공보경 옮김, 푸른숲, 2016.05.20
한 가지 고백하자면, 책을 펴기전에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이라는 제목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완전한 삶'을 '완벽한 삶'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은 후에야 제목 옆에 병기되어있는 'Complete without Kids'라는 영어제목을 봤습니다. 영어 제목 'Complete'는 아이 없는 삶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 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자체로 부족함이 없다는 표현입니다.
그런 저자의 의도는 용어 선택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말로는 '아이 없는'을 평범하게 영어로 옮기면 'childness'가 됩니다. 하지만 제목에선 'without kids'라고 표기했고, 책 속에서는 'childness' 대신 'childfre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less'라는 접미어에서 받는 부정적인 느낌이 있는지 'childness'라는 용어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빠졌다는 인상이 있어서 일부러 'childfree'로 바꿨다고 합니다.
용어 하나에서도 드러나는것처럼 아이를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실제 생활 이전에 편견의 작용이 큰 상황입니다. 당장 제가 책 제목에서 가진 거부감이나 저자가 책을 쓰면서 사용을 피했던 'childness'라는 단어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는건 누구나 아이를 가져야한다는 선입관이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말처럼 아이가 없는 삶은 아이가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지 잘못된 길을 가고있는게 아닙니다.
책에서 말하는 '아이 없는 삶'은 따로 정의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출산하지 않은 경우를 지칭합니다. 양자녀를 들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자녀가 있는 배우자와 결혼했다고 아이가 생겼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글을 쓴 저자부터가 현재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자가 자녀가 있지만 스스로 아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책은 서두에 아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겪는 현실에 대해서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아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런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그런 선택에 대해서 조명합니다. 그 뒤 3장부터 6장까지는 아이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행복, 불안, 마주하는 문제들을 설명해줍니다. 마지막 장인 7장에서 아이 없는 삶에 대한 약간의 옹호를 하면서 책을 마칩니다.
책은 상당 부분이 심리 상담을 하고있는 저자가 아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저자는 인터뷰 결과를 아이 없는 사람들의 행복, 불안 등으로 나누어서 보여준 다음 마지막 장에서는 아이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꺼라는 주장을 하면서 책을 마칩니다. 각각의 항목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나 마지막 장에서 아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날꺼라는 근거들이 모두 탁월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 서두에서부터 저자가 주장하는 한 가지는 계속 머리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바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다는 대목입니다.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다는 주장은 반대로 아이를 가진 사람들은 아이를 가지는 것을 '선택'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선택'을 한 경우가 많지 않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생물학적으로 1960년대에 피임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인류는 아이를 가지는걸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피임약이 대중화된 지금 시대에도 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도 할아야한다는듯이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 없는 삶에 대해 저자가 조명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아이 없는 삶 자체보다 선택하는 삶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미국에서도 아이 없는 삶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사실도 재밌었습니다. 아이 없는 삶을 주로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게되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선택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던져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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